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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자, 박찬숙, 성정아, 정은순, 정선민 그리고 박지수까지 한국 여자 농구는 계속해서 걸출한 빅맨을 배출해왔다. 그런 센터계보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 중 하나가 이종애(46‧187cm)다. 명성 자체만 놓고 보면 살짝 못 미칠 수도 있겠지만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WKBL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우승을 경험했으며 국가대표팀에서도 오랜시간동안 많은 공헌을 했다. 이종애는 기존 전설들과는 많이 다른 스타일의 센터로 평가받는다. 몸싸움이 잦은 빅맨의 특성상 듬직한 체구와 강한 파워는 필수였다. 이종애는 달랐다. 호리호리한 체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키는 컸지만 마른 체형이었다. 거기에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농구를 시작한 케이스였던지라 다른 선수들에 비해 이른바 구력이 많이 짧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종애는 적지않은 임팩트를 남기며 센터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체형에 맞게 스피드와 점프력 등을 잘살려 기존 센터들과는 차별화된 자신만의 농구를 펼쳤다. 특히 블록슛같은 경우 남녀 통틀어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커리어를 남겼다. 골밑에서 다가오는 상대의 볼을 쳐내는 것을 물론 돌파해 들어가는 상대를 따라가 저지하는 런닝 블록에도 능했다. WKBL로만 한정해도 그녀의 블록슛 기록은 독보적이다. WKBL에서 열린 22번 정규리그에서 블록슛 타이틀만 무려 11번을 수상했다. 2010년 3월 24일 KB스타즈전에서는 블록슛을 무려 10개나 만들어낸 적도 있다. 그녀는 정규리그 통산 407경기에서 12.88득점, 7.49리바운드, 1.48어시스트를 기록했는데 주목할만한 부분은 역시 블록슛이다. 무려 평균 2.12개다. 통산으로 따지면 총 862개인데 어시스트와 스틸을 합친 숫자와 맞먹는다. 플레이오프 기록(160개)까지 합치면 1,000개가 넘어간다. 그야말로 블록슛 하나만큼은 이전 이후를 모두 따져도 대적할 선수가 없을 정도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농구, 그로 인해 부족한 기본기. 센터로서 많이 가벼운 체중 등 여러 가지 핸디캡을 딛고 레전드 센터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블록슛의 여왕’ 이종애, 그녀의 빠르고 높고 박진감 넘치는 농구 인생을 에서 함께 들어보았다.Q.확 떠오르는 75년생 여자 농구 선수가 적은데 이렇게 토끼띠 스타분을 인터뷰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저도 반갑습니다. 말씀 듣고 나니 유독 여자 농구 쪽에서 어느 정도 알려진 75년생이 많지 않은 것 같네요. 앞뒤 년도로 많이 비껴간 것 같아요. 음…, 누가 있을까? 아 장선형 언니 정도가 있겠네요. Q.잉? 같은 75년생인데 장선형 언니라고 부르시네요? 아, 제가 출생년도는 75년생인데 이런저런 이유로 한 학년을 꿇어서 학번은 아래에요. 그러다보니 언니라고 부르게 됐네요. 족보가 꼬였죠.(웃음) 근데 이게 저만 그런게 아니라 종종 있어요. 대학이나 군대 그런 곳에서도 나이보다는 학번이나 기수로 따지잖아요. 비슷한 개념이죠. Q.나이보다 젊어보이세요. 외모도 그렇고 전해지는 느낌도 그렇고요. 하핫…, 아닙니다. 나이는 자연스럽게 먹어가고 있고요. 현재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보니까 젊은 기운을 받아서 그런 부분도 있지 않을까요. 나이 먹었다고 제 기준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은 되기 싫어요. 다른 세대하고도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Q.어떻게 지내십니까? 숙명여대에서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어요. 스포츠 심리학에 관한 논문 준비를 하고 있고요. 숙명여대, 건국대, 극동대 등 대학교 3곳에 강의를 나가고 있어요. 제가 선수 생활 은퇴 후에 용인대를 들어가면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거든요.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까 이것저것 공부할 것도 많고 부족한 부분도 느껴졌어요. 더불어 스포츠 심리학이라는 쪽에 대한 공부를 하면 가르치는데 있어서 훨씬 좋겠다는 판단이 서더라고요. 지도자 쪽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많이 배우고 노력해서 여러 가지를 가르쳐 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게 되네요. Q. 현역시절에 많이 마르셨었잖아요. 다들 은퇴하면 살이 좀 찌던데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제가 은퇴하기 2년 전부터 살이 조금씩 찌기 시작했어요. 원래 제가 몸무게가 58kg~62kg 정도 밖에 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은퇴할 때는 70kg까지 올라왔어요. 그러다 보니 몸에 힘도 좀 붙고 그러더라고요. 플레이도 더 잘되었던 것 같아요. 현재는 4kg 정도 찐 상태에요. 먹는 양이 적고 그런 것은 아닌데 살이 막 찌고 그러지는 않는 체질인 듯 싶어요. Q.지난 8월 WKBL 선수복지위원장에 선임되셨습니다. 어떤 일을 하시는 직책인가요? 말 그대로 선수들의 전반적인 복지에 대해 연구하고 실행하는 자리에요. 현역은 물론 은퇴한 농구인들까지 두루두루 살핀다고 볼 수 있죠. WKBL에서 전국에 걸쳐 전현직 선수들의 처우나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도움을 주려는 시도가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거든요. 그러한 취지의 연장선에서 저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여자 농구인들은 결혼 후 출산을 하게 되면 육아 등으로 멈춰야 되는 부분도 많아요. 상황이 그렇다 보니 당장 어떤 자리로 가기도 힘들고요. 거기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는 꾸준히 나오고 있었죠. 최근에는 학교 체육 쪽으로 방향을 넓혀가고 있어요. 파견을 간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은퇴 선수들 같은 경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많이 공부하고 연구해서 여러 방향으로 도와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라고 기회를 주신 것이기도 하니까요. Q.삼성생명 유소년 농구단 코치, 용인대학교 진학, 극동대학교 여자농구부 감독 거기에 앞서 언급한 WKBL 선수복지위원장까지 은퇴 후에도 바쁘게 지내시는 것 같아요. 나름 이것저것 부지런히 생활했던 것 같아요. 은퇴하고 바로 삼성생명 유소년 농구단 코치를 맡아서 3년 정도 했어요. 이후 학생겸 선수겸 코치겸 주렁주렁 달고 용인대를 들어갔고 좀 더 배우고 싶어서 숙명여대 대학원까지 진학하게 됐어요. 이제 한학기 정도 남았네요. 극동대 여자농구부 감독은 공부를 하던 중간에 제의가 와서 가게 되었는데요. 현재는 선수가 없어서 그만두게 된 상태에요. Q.남자와 달리 여자농구는 대학리그가 활성화된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남자부와 비교하면 모든 면에서 부족한 것이 현실이죠. 그래도 많은 사람들의 꾸준한 관심으로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용인대 농구부같은 경우 남자부만 있다가 제가 갔던 2014~15년 즈음해서 여자부가 생겼던 것 같아요. 우승도 차지한바 있고 꾸준하게 경쟁력을 가져가는 것 같아요. 여자농구의 다양한 저변확대를 위해서라도 대학농구도 잘되었으면 좋겠어요. Q.그런데 아무리 은퇴한지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 해도 선수로 뛰시는 것은 반칙 아니었을까요? 하하핫…, 그렇지않아도 나중에 항의가 들어와서 2학년 때부터는 선수로 뛰지 못했어요. MBC배 대회였을거에요. 거기서 뛸 때 어떤 경기에서 전반전에서만 블록슛을 11개인가 기록한 적이 있어요. 그 다음부터 각 팀에서 뛰지 말라고 얘기해서 받아들이게 됐어요.Q.다양한 경험을 쌓고 계신 만큼 프로팀 감독 제의가 들어온다면 생각이 있으실까요? 너무도 영광스러운 자리 같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인 듯 싶어요. 코치라면 모르겠으나 감독은 성급한 것 같아요. 제가 지금 지도자를 하고 싶어서 공부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많은 면에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독은 무거운 자리잖아요. 충분히 코치경험을 쌓고 준비가 끝났다고 판단될 때 하고 싶어요. 물론 준비가 끝나더라도 시켜줘야 하는 것이겠지만요.(웃음) “높이뛰기선수 출신이라 탄력은 자신있었죠” Q.인천용현초등학교와 신흥여자중학교 시절에는 높이뛰기 선수로 활동했다고 들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 높이뛰기를 했어요. 당시 서울에 계시던 선생님께서 저하나 때문에 인천까지 내려오셔서 지도해주셨던 기억이 나요. 꿈나무로 키우려고 했던 것이고 나름 잘했어요. 대표로도 여러 대회에 출전했고요. 당시 대회 기록(1m73)도 가지고 있었어요. 지금은 어떻게되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때는 계속해서 깨지지 않고 있었어요. Q.본래 하던 종목을 포기하고 다소 늦게 다른 종목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결정도 힘들었지만 과정도 쉽지는 않았어요. 높이뛰기를 하다가 농구로 전향을 하려고 마음먹고 체육특기생으로 가려고 하니까 그렇게 못하게 막았어요. 당해 년도는 쉬는 수 밖에 방법이 없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농구를 위해서 한 학년을 꿇게 된거죠. 솔직히 말하자면 당시에 저는 농구가 어떤 스포츠인지 잘 몰랐어요. 그냥 부모님이 하라고 해서 택하게된거죠. 제가 그때 키가 많이 크고 그런 시절이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높이뛰기를 해서 그런지 탄력 등이 좋았고 인성여고 선생님께서 그런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요약하자면 저의 가능성을 좋게 보신 선생님께서 부모님을 설득하셨고 저는 거기에 따른 것 뿐이죠. 높이뛰기를 계속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물어보시는 분들도 가끔 계신데 제가 생각했을 때 농구 하기를 잘한 것 같아요. Q.유영주, 정은순에 이종애까지, 당시 인성여고 출신 중에는 유독 빼어난 4,5번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유달리 빅맨을 잘 길러내는 노하우가 있었던 듯 싶어요. 특별하게 빅맨을 잘 길러낸다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잘 가르쳤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아요. 가드나 스윙맨 쪽도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왔어요. 다만 (정)은순 언니나 (유)영주 언니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빅맨 사관학교 같은 이미지가 붙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심욱규 선생님께서 되게 체계적으로 잘 가르쳐주셨어요. 몸관리 노하우부터 각종 스킬 트레이닝까지, 지금 생각해봐도 되게 시대를 앞서가신 분같아요. 팀워크를 강조하시고 조직력을 잘 다져놓으시면서도 선수 개개인에 맞는 맞춤형 지도에도 능하셨죠. 저에게도 ’종애 너는 체형이 이러니까 훅슛을 배워봐‘라고 하시면서 권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Q.아무래도 센터 포지션을 보려면 파워가 있어야 하잖아요. 일부러 가벼운 몸을 유지했던 것인가요? 아님 살이 잘 안 붙는 체질인가요? 앞서 언급했듯이 먹는 만큼 살이 잘 안 붙더라고요. 아무래도 몸이 가벼우면 스피드나 점프력 등에서는 좋은 점이 많아요. 빠르게 높이 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몸싸움 등에서 어려움이 있었죠. 그러다 살이 찌기 시작했던 은퇴 2년 전부터는 플레이가 더 잘됐어요. 돌파도 더 자신있게 하게 되고 예전 같으면 피해서 슛을 쏘거나 그럴 것도 몸 싸움을 하면서 이른바 달고 뜨는 플레이에도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Q.학창시절 라이벌로는 누가 있었을까요? 라이벌이라는 거창한 표현보다는 ‘아, 저 선수 정말 잘했다. 붙으면 까다롭다. 경기를 하다보면 많이 배울 수 있었다’는 등의 시각으로 접근해볼께요. 학창시절에는 이후 현대에 입단하게되는 김성은 선수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신장도 저와 비슷했고 신체 밸런스와 기본기가 좋아서 정말 쉽지 않은 상대였던 기억이 나요. 정말 잘했던 선수였죠. 그 외에 박정은 선수도 기억나요. 포지션이나 플레이 스타일도 달라서 직접적으로 맞부딪힐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종종 매치업이 되었어요. 팀내에 장신자가 적어서 슈터가 주된 보직임에도 골밑플레이까지 종종 해야만 되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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